<1부 1화> 1F - HEADON's Floor (헤돈의 층) 01

*이 글은 저의 최애 웹툰 중 하나인 SIU님의 신의 탑을 소설 버전으로 만든 것입니다. 무단 복제와 상업적 이용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저는 글쓰기를 배워 본 적이 없는 일반인으로 이 글은 단순한 취미활동의 결과물입니다. 당연히 제 글이 많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으므로 조언은 환영하지만 비난, 비방은 거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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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화> 1F - HEADON's Floor (헤돈의 층) 01

 

 

끝이 보이지 않는 암벽 사이 외딴길을 한 소녀가 내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소녀의 뒤를 한 소년이 헉헉거리며 바짝 쫓고 있다.

 

짙은 갈색의 살짝 곱슬기 있는 머리의 소년은 여자 못지않게 하얗고 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를 가졌다. 그의 눈은 영롱한 금빛이었는데 보고 있으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겼다. 오똑한 코와 불그스름한 입술을 가진 소년은 한 눈에 보기에도 미소년이었고, 얼굴만 보면 귀공자 느낌이 났다.

 

전체적으로 순하고 여린 인상의 소년은 검정색 긴 팔 상의 위에 빨간 조끼를 껴입고, 흰색 머플러를 목 위에 두르고 있었다. 베이지색 바지 위 허리춤에는 소년의 여린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중식도가 흔들리며 매달려 있다.

 

소년의 앞에 달리고 있던 소녀는 연노랑의 구불거리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높게 묶고 있었다. 소녀는 검정 카라가 달린 황갈색 긴 팔 상의 위에 산호색 뷔스티에 원피스를 입었는데, 붉은 천으로 허리를 감싼 후 허리 뒤편에 커다란 리본 모양으로 묶어 장식했다.

 

뜀박질로 인해 소년과 소녀는 호흡이 거칠어졌지만 누구 하나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뒤에서 달리고 있던 소년은 소녀를 향해 팔을 뻗었다. 닿을락 말락 하던 소년의 손이 가까스로 소녀의 허리에 감겨있던 붉은 천에 닿았고, 그는 천을 힘주어 잡아당겼다. 소녀의 리본 장식이 촤르륵 풀림과 동시에, 달리고 있던 소녀는 중심을 잃고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소녀는 바닥을 등지고 누워있고, 그 위로 소년이 손바닥으로 땅을 짚으며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그제야 소년과 소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었고, 둘은 모자랐던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소녀는 계란형 얼굴에 눈썹 위로 앞머리가 있었고, 귀 옆에는 포니테일로 묶이지 못한 짧은 머리카락이 내려져있었다. 소녀는 자신의 머리칼처럼 노란 빛을 띠는 눈을 가졌는데 그 사이로 낮은 콧대가 있다. 그녀의 볼에는 주근깨가 자리 잡고 있어서 말괄량이 같으면서 새침한 느낌이 났다. 미소녀는 아니었지만 어딘지 시골스러운 푸근한 느낌을 주는 그녀였다.

 

소년은 어느 정도 숨이 정리되자 소녀에게 물었다.

 

어딜! 어딜 가려는 거야!”

 

소녀는 무표정으로 침묵했지만 이내 소년의 물음에 답했다.

 

탑을 올라갈 거야. 말했지, ? 이 탑을 올라가면 언젠가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고. 낮에는 푸른 하늘, 밤에는 별빛을 볼 수 있다고. 그러니까

 

소녀는 결의에 찬 눈빛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난 탑을 올라갈 거야. 이제 이 어두운 세상에 사는 건 지긋지긋해.”

 

밤이라 불린 소년은 소녀의 말을 듣고 서글픈 얼굴을 했다. 그런 밤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며 소녀는 말했다.

 

미안해 밤……. 미안해……. 날 잊어줘.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그 순간 바닥에서 흰 빛이 올라와 소녀의 몸을 감쌌다. 소녀는 그 빛을 보고 놀랐지만 금세 편안하게 웃으며 그 빛을 받아들였다. 밤이 다급히 외쳤다.

 

아 안 돼. 안 돼 라헬! 안 돼! 가지마 라헬! 가지마!”

 

그러나 밤의 외침이 무색하게 탑은 거대한 문을 열어 라헬을 불러들였다.

 

안 돼! 가지마 라헬! 네가 간다면난 죽을 때까지 널 따라가겠어!”

 

무표정으로 밤을 바라보았던 라헬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사라졌다. 그리고 소리를 내며 탑의 거대한 문이 닫혔다.

 

 

 

*****

 

 

 

눈앞에서 라헬이 뛰어가고 있었다. 가지마. 가지마 라헬. 가지마…… 제발……. 밤은 절박한 심정으로 그녀를 뒤쫓았고 둘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졌다. 밤의 손이 라헬의 옷 장식에 다다를 무렵 어디선가 나타난 하얀 빛이 순식간에 라헬의 몸을 감싸며 그녀와 함께 사라졌다. 놀란 밤은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다. 그녀를 잡으려던 손만 쓸쓸히 허공에 남았다.

 

몸을 일으켜 세운 밤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이 깨어난 장소가 암벽 사이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어디지?’ 밤은 의아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밤이 누워있던 공간은 마치 오래된 신전 같았다. 평평한 돌바닥과 마찬가지로 돌로 이루어진 벽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파충류처럼 생긴 괴물 앞에 갑옷을 두르고 맞서고 있는 사람, 우락부락한 몸의 투구를 쓴 거인, 나풀거리는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사람 등등. 조각된 벽화들은 하나같이 크기가 거대해서 그렇지 않아도 작은 밤의 체구를 더 작아보이게 만들었다.

 

벽화 사이사이에는 벽에 붙은 횃불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밤은 또 다른 곳에서 빛을 느꼈다. 바로 위쪽이었다. 위쪽 깜깜한 어둠 속 한곳에서 보랏빛이 강한 심홍색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빛이 나오는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심홍색 빛은 희미해져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밤이 정신을 놓고 그 빛을 구경하는 사이 밤의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이런. 이거 오랜만에 진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소리를 들은 밤은 허리춤에 달려있던 중식도를 날렵하게 꺼내들며 돌아보았다.

 

, 누구?!”

 

목소리의 주인은 놀란 밤을 진정시키려는 듯 나긋이 대답했다.

 

워워­ 해치지 않아요. 직접 문을 열고 들어온 방문자가 얼마만인지……. 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소년분.”

 

, 괴물? 이곳은…… 탑의 안인건가?’

 

저의 이름은 헤돈. 탑 최하층의 관리자입니다.”

 

자신을 관리자라고 소개한 헤돈의 모습은 밤이 괴물이라고 생각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역삼각형의 흰 얼굴에는 눈도 코도 입도 보이지 않았고, 얼굴 양 옆부터 턱까지 갈라져 검은 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 얼굴 위에는 귀인지 뿔인지 알 수 없는 한 쌍이 토끼의 귀처럼 길게 위로 달려있었다.

 

그는 후드가 달린 민소매 점프수트를 입었는데 수트의 바지 부분은 펑퍼짐한 모양으로 무릎 길이에서 끝이 났고, 그 밑에 발등에 하늘색 구슬이 박힌 흰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의 팔은 얼굴처럼 흰 색이었는데 가느다란 팔뚝에 비해 팔꿈치부터 손가락까지는 크고 두툼했으며 인간과 달리 손가락이 세 개였다. 그는 양 끝에 청록색 수정구가 달린 금빛의 가느다란 봉을 장난감처럼 돌리며 말했다.

 

소년 분의 이름은?”

 

밤은 잔뜩 긴장한 채 대답했다.

 

, 태어난 날을 따서스물다섯 번째 밤…….”

 

거참 부르기 힘든 이름이군요. 좋아요. 줄여서 밤소년이라고 불러드리죠. 그런데 밤소년 분은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 되신 건지?”

 

헤돈의 등장으로 긴장했던 밤은 그제야 자신이 그곳에 있던 이유를 상기했다.

 

! , 저는 어떤 여자 아이를 뒤쫓아 왔어요! 혹시 연노랑 머리의 여자아이가 이 곳을 지나가지 않았나요?!”

 

흠 연노랑 머리의 여자아이라면!”

 

턱 밑을 쓰다듬으며 기억을 되짚는 듯한 헤돈은 불현 듯 무엇인가가 떠올랐는지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보셨군요?!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알고 계신가요?”

 

~쎄요~ 그건…….”

 

밤의 다급한 마음을 모르는지 헤돈은 뜸을 들였다. 그런 헤돈의 태도에 밤은 더 간곡히 물었다.

 

제발 가르쳐주세요! 전 꼭 그녀를 만나야

 

밤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헤돈은 봉을 휘둘러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답은 항상 위에 있다. 그것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답을 구하고 싶다면, 소녀를 만나고 싶다면 위를 향하세요. 금은보화, 불로장생, 절대적인 힘, 마법과 같은 재주와 신비를 찾는다면 위를 향하세요. 이 우주의 모든 진리와 영광과 기쁨은 저 높은 곳에 마련되어 있답니다. 탑은그런 곳이에요. 하지만 탑을 올라가는 건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란 걸 말씀 드리죠 소년분.”

 

그녀를 만날 수만 있다면어떤 위험이 따르던 상관없어요.”

 

밤은 마치 두려움을 잊은 듯한 표정으로 굳게 말했다. 그의 눈동자는 라헬을 만나겠다는 집념으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헤돈은 그런 밤의 모습이 싫지 않은 듯 했다.

 

좋아요. 멋진 각오입니다. 그럼 당신이 탑을 오를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시험을 해보도록 할까요?”

 

시험이라니그게 뭐죠?”

 

이 탑에서는 소년 분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 층을 올라갈 때마다 시험을 치룬 답니다. 그 시험에서 합격한다면 소년 분은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죠. 내용은 각 층에 있는 관리관과 지배자들이 결정합니다. 물론 각 층에 맞는 난이도로 말이죠.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밤 소년 분이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 층의 관리관인 제가 낸 시험을 통과해 주셔야 된다는 겁니다. 자 보시죠. 이것이 바로 최하층의 통과 시험

 

헤돈은 봉으로 벽을 톡 쳤다. 그러자 수정구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벽의 일부가 드드득 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갔다. 벽 뒤에는 철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수조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검은 구체 하나와 푸른 섬광 같은 눈동자를 지닌 커다란 괴물이 있었다. 괴물의 눈동자는 마치 밤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서 밤은 괴물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수조가 모습을 다 드러내자 헤돈이 말을 이었다.

 

“‘입니다

 

, 볼이라니그게 뭐죠? 그리고 저 커다란저 괴물은 대체?”

 

밤의 목소리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에 반해 헤돈은 덤덤하게 설명했다.

 

“‘은 아주 간단한 방식의 시험입니다. ‘이라는 것은 저기 보이는 사람 크기만한 구체를 말합니다. 저 볼은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주면 터지게 되어있죠. 이 시험의 통과 조건은 매우 간단합니다. 소년 분이 저 철장 안에 들어가 괴물을 피해 도망치거나 괴물과 싸워 이긴 다음, 저 볼에 충격을 줘서 터뜨리면 소년 분은 이 시험을 통과하게 되죠.”

 

역시 괴물이라면저 커다란 녀석을 말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저 괴물입니다. 참고로 저 괴물의 이름은 흰철갑장어입니다. 탑에 흐르는 신수에 사는 거대한 물고기죠. 평소에는 꽤 온순한 편입니다만요즘은 산란기인데다가 몇 달간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매우 난폭해져 있죠. 무섭나요? 저 괴물이?”

 

밤은 헤돈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큰일이로군요. 저 정도 신해어에 겁을 먹어버리시다니……. 아쉽지만 이번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소년 분은 다음 층으로 갈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소년 분이 찾고 있는 그 소녀도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되겠군요.”

 

그녀를만날 수 없어?’ 밤은 동요했다.

 

이 탑에 소녀 혼자라확실히 걱정이 되긴 하는군요. 벌써 어딘가에서 배고픈 신해어의 먹이가 되었거나, 나쁜 사람들에게 잡혀가진 않았을지……. 하지만 밤 소년분 냉정하게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되는 건싫어.’ 밤은 조심스럽게 중식도를 들어올렸다.

 

소년 분이 저 볼을 터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지금 이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죠.”

 

그녀를 보고싶어.’

 

저 신해어는 신수 속에서 매우 빠르고 민첩해서 당신의 다리로는 도저히 도망칠 수 없어요. 결국 밤 소년 분은 저 신해어의 먹이가 될 뿐이죠.”

 

지금 당장!’ 밤에게 헤돈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밤의 머릿속엔 라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가능성 없이 자살을 할 바에야 그 소녀를 잊어버리고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헤돈은 말을 하다 놀라고 말았다. 밤이 자신의 옆을 지나쳐 철창을 향해 달렸기 때문이다. 헤돈은 얼굴의 검은 틈 사이로 상어 같은 회백색 눈동자를 드러내며 자신을 지나치는 밤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눈동자 대신 이빨을 보이고 큭큭 웃으며 읊조리듯 말했다.

 

탑에 오신 걸 진정으로 환영합니다. 소년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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